붉고 예민해진 피부에 평화를 되찾아 드리는 의사 한덕규입니다.
진료실에서 프로토픽 연고를 처방해 드리면, 며칠 뒤 얼굴이 너무 따갑고 빨갛다며 걱정 섞인 목소리로 연락을 주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믿고 발랐던 약 때문에 오히려 얼굴이 더 달아오르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속상하셨을까요.
하지만 이런 현상은 부작용이라기보다 피부가 약에 적응하는 정상적인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늘은 프로토픽 연고가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사용감이 더 좋은 엘리델 크림보다 프로토픽 연고를 더 자주 처방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목차
사전 지식: 피부 장벽의 역할
아토피나 주사피부염, 지루성피부염을 앓는 분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바로 ‘피부 장벽’이 무너져 있다는 점입니다.
피부 장벽이 외부 침입자를 막아주는 ‘튼튼한 성벽’이라면, 장벽이 약해진 상태는 성벽 곳곳에 틈이 생긴 것과 같습니다.

이 틈으로 자극 물질이 들어오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며 염증이라는 불을 지피게 됩니다.

결국 무너진 장벽 때문에 염증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피부에 들어오고, 면역계의 과도한 반응이 염증 일으키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프로토픽 연고가 염증을 억제하는 원리
프로토픽의 주성분인 타크로리무스는 이 과열된 면역 세포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약은 세포 안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칼시뉴린’이라는 스위치를 직접 꺼버립니다.

스위치가 꺼지면 면역 세포가 독한 염증 물질을 뿜어내는 것을 멈추고, 지긋지긋한 가려움증도 서서히 가라앉게 됩니다.
스테로이드처럼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 걱정 없이 염증만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아주 영리한 약이죠.
프로토픽 vs. 엘리델
많은 환자분께서 엘리델과 프로토픽연고 중 무엇이 더 좋은지 물어보십니다.
두 약의 성분 차이보다 중요한 건 ‘제형’, 즉 만들어진 형태입니다.

사용감은 좋지만 첨가물이 많은 엘리델 크림
엘리델은 물과 기름을 섞은 ‘크림’ 형태라 발림성이 좋고 산뜻합니다.
하지만 물과 기름을 섞기 위해 계면활성제, 보존제, pH 조절제 같은 여러 첨가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첨가물 중 뭔가가 피부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끈적이지만 성분이 더 순수한 프로토픽
반면 프로토픽 연고는 바세린 성분 중심의 끈적한 ‘연고’입니다.
바를 때 꿀처럼 번들거려 불편할 순 있지만, 물이 들어가지 않아 보존제나 유화제가 거의 필요 없습니다. 성분 구성이 매우 단순하고 정직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프로토픽은 따가울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성분이 단순한 약이 얼굴을 불타게 만드는 걸까요?
프로토픽 연고를 처음 바를 때 느껴지는 화끈거림은 프로토픽의 주성분인 타크로리무스가 피부 속 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이 성분이 마치 매운 고추처럼 피부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놀란 신경이 주변 혈관을 확장하면서 얼굴이 빨개지고 열이 나게 됩니다.
특히 만성 피부염으로 피부 장벽이 무너져 있을 때 이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 염증이 심해지는 것과는 다른 ‘적응의 과정’입니다.
우리 피부 신경도 시간이 지나면 약 성분에 익숙해집니다. 보통 일주일 정도 꾸준히 바르다 보면 따가움이 사라지고 피부가 진정되는 것을 경험하시게 됩니다.
프로토픽을 더 자주 권해드리는 이유
엘리델보다 사용감이 불편한데도 제가 프로토픽 연고를 선호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더 ‘예측 가능한 안전함’ 때문입니다.
엘리델은 사용감은 좋지만, 포함된 여러 첨가물 때문에 오히려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하는 변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건 크림 제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크림은 물과 기름을 섞어 만드는 제형이기 때문에 유화제가 필수이고,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존제와 pH 조절제도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다양한 첨가물이 포함되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프로토픽보다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빈도가 좀 더 높습니다.

저는 치료 과정에서 불필요한 변수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사용감은 떨어지더라도 성분이 단순해 알레르기 걱정이 적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환자분에게 결국 더 이롭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토픽도 만능이 아닙니다.
물론 프로토픽은 완벽한 약이 아닙니다. 프로토픽도 분명히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때가 있고, 피부염으로 피부 장벽이 많이 약해진 경우 이런 현상은 더더욱 빈번합니다. 모든 성분이 과량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 피부염 진료를 많이 보는 임상의로써, 저는 피부 장벽을 개선하는 치료를 한 뒤에 프로토픽을 사용하시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만약 프로토픽을 일주일 넘게 화끈거림이 가시지 않거나, 진물이 나고 가려움이 참기 힘들 정도라면 적응 과정이 아닐 수 있으니 반드시 다시 진료를 보셔야 합니다.
피부염 치료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지금 당장은 약 때문에 더 힘들고 지치시겠지만, 그 고비를 잘 넘기면 반드시 터널 끝의 밝은 햇살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피부가 다시 건강해지는 그날까지 저도 진심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 연고인 엘리델과 프로토픽보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아토피, 주사피부염, 지루성피부염
진료를 봅니다.
커뮤니티에 올려주신 소중한 후기들 덕분에 먼 곳에서도 찾아주시는 만큼,
정성 어린 진료로 보답하겠습니다
한덕규
미라젠의원 대표원장
University of Michigan, Ross School of Business 졸업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전) 이화피닉스요양병원 대표원장
(현) 미라젠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