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예민해진 피부에 평화를 되찾아 드리는 의사 한덕규입니다.
진료실에서 프로토픽 연고 0.1%를 처방해 드리면, 며칠 뒤 얼굴이 너무 따갑고 빨갛다며 걱정 섞인 목소리로 연락을 주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믿고 발랐던 약 때문에 오히려 얼굴이 더 달아오르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속상하셨을까요.
하지만 이런 현상은 부작용이라기보다 피부가 약에 적응하는 정상적인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늘은 프로토픽 연고가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사용감이 더 좋은 엘리델 크림보다 프로토픽 연고를 더 자주 처방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목차
사전 지식: 피부 장벽의 역할
아토피나 주사피부염, 지루성피부염을 앓는 분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바로 ‘피부 장벽’이 무너져 있다는 점입니다.
피부 장벽이 외부 침입자를 막아주는 ‘튼튼한 성벽’이라면, 장벽이 약해진 상태는 성벽 곳곳에 틈이 생긴 것과 같습니다.

이 틈으로 자극 물질이 들어오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며 염증이라는 불을 지피게 됩니다.

결국 무너진 장벽 때문에 염증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피부에 들어오고, 면역계의 과도한 반응이 염증 일으키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프로토픽 연고가 염증을 억제하는 원리
프로토픽의 주성분인 타크로리무스는 이 과열된 면역 세포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약은 세포 안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칼시뉴린’이라는 스위치를 직접 꺼버립니다.

스위치가 꺼지면 면역 세포가 독한 염증 물질을 뿜어내는 것을 멈추고, 지긋지긋한 가려움증도 서서히 가라앉게 됩니다.
스테로이드처럼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 걱정 없이 염증만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아주 영리한 약이죠.
프로토픽 vs. 엘리델
많은 환자분께서 엘리델과 프로토픽 연고 중 무엇이 더 좋은지 물어보십니다.
두 약의 성분 차이보다 중요한 건 ‘제형’, 즉 만들어진 형태입니다.

사용감은 좋지만 첨가물이 많은 엘리델 크림
엘리델은 물과 기름을 섞은 ‘크림’ 형태라 발림성이 좋고 산뜻합니다.
하지만 물과 기름을 섞기 위해 계면활성제, 보존제, pH 조절제 같은 여러 첨가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첨가물 중 뭔가가 피부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엘리델에 포함된 벤질 알코올(benzyl alcohol)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방부제로, 패치 테스트의 표준 항원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프로필렌 글리콜(propylene glycol)과 세틸 알코올, 스테아릴 알코올, 소듐 세토스테아릴 설페이트 같은 유화제들도 피부 민감성이 있는 분들에게 접촉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3][4]

끈적이지만 성분이 더 순수한 프로토픽
반면 프로토픽 연고는 바세린 성분 중심의 끈적한 ‘연고’입니다.
바를 때 꿀처럼 번들거려 불편할 순 있지만, 물이 들어가지 않아 보존제나 유화제가 거의 필요 없습니다. 성분 구성이 매우 단순하고 정직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프로토픽의 비활성 성분은 미네랄 오일, 파라핀, 프로필렌 카보네이트, 백색 바셀린, 백납(백색 밀랍)으로 구성되며, 엘리델에 들어있는 벤질 알코올이나 프로필렌 글리콜 같은 성분이 없어 접촉 알레르기 위험이 훨씬 낮습니다.[5]

프로토픽 연고 0.1%와 0.03%, 무엇이 다를까요?
프로토픽 연고는 농도에 따라 허가 연령이 다릅니다. 0.03%는 만 2세 이상 모든 연령에 사용할 수 있고, 프로토픽 연고 0.1%는 만 16세 이상 성인에게만 허가되어 있습니다.[6]
소아에게 프로토픽 연고 0.1%가 허가되지 않은 이유는, 소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처음부터 0.03% 농도로만 설계됐기 때문입니다. 0.1%에 대한 소아 효능·안전성 시험 자체가 진행된 적이 없어 허가 근거가 없습니다. 배경에는 두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첫째, 소아는 체표면적 대비 체중 비율이 높아 같은 면적에 발라도 전신 흡수량이 성인보다 많을 수 있고, 고농도일수록 이 우려가 커집니다. 둘째, 아직 발달 중인 면역계에 대한 장기적 영향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소아는 0.03%만으로도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 굳이 0.1% 허가를 추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소아 적응증 없이 남아 있습니다.
효능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두 농도를 직접 비교한 6개 무작위대조시험(1,640명) 분석에서 프로토픽 연고 0.1%가 의사 평가 개선율에서 0.03%보다 유의하게 우수했습니다. 0.03%와 0.1% 모두 저강도 스테로이드보다 효과가 좋으며, 특히 0.1%는 중등도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수준의 효과를 냅니다.[7]
그렇다면 성인은 0.03%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FDA 공식 허가 사항은 “0.03% 또는 0.1%”로, 어느 쪽을 먼저 써야 한다는 순서 규정은 없습니다.
저는 성인 환자에게는 처음부터 프로토픽 연고 0.1%를 처방합니다. 프로토픽은 강한 스테로이드에 비해 효과가 약한 편인데, 0.03%로 시작하면 기대했던 효과가 나지 않아 “이 약은 나한테 안 맞는다”며 치료를 포기하는 분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야 치료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화끈거림이 걱정된다면 농도를 낮추기보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방법들로 대응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왜 화끈거리고 따가울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성분이 단순한 약이 얼굴을 불타게 만드는 걸까요?
프로토픽 연고를 처음 바를 때 느껴지는 화끈거림은 프로토픽의 주성분인 타크로리무스가 피부 속 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이 성분이 마치 매운 고추처럼 피부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놀란 신경이 주변 혈관을 확장하면서 얼굴이 빨개지고 열이 나게 됩니다.
특히 만성 피부염으로 피부 장벽이 무너져 있을 때 이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납니다. 피부 장벽 손상이 심할수록 흡수가 많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화끈거림도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확인되어 있습니다.[1]

실제로 프로토픽을 처음 사용하는 분들의 약 24%에서 화끈거림을 경험하며, 보통 3~5일이 가장 심하고 1~2주 안에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2]

화끈거림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몇 가지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 냉장 보관 후 사용 — 프로토픽을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차갑게 사용하면 화끈거림이 유의미하게 줄어듭니다. 약효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 보습제 도포 직후 바로 프로토픽 도포 — 보습제를 먼저 바른 뒤 곧바로 프로토픽을 덧바르면 피부 장벽이 부분적으로 회복된 상태에서 흡수되어 화끈거림이 줄어듭니다. 다만 “보습제 위에 바르면 오히려 프로토픽 흡수 자체를 방해한다”는 반론도 있어 임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있는 방법입니다. 저는 편의상 이 순서를 안내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규칙보다는 참고 정도로 이해해 주세요.
- 소량씩 얇게 — 많이 바를수록 자극이 강해집니다. 얇은 막 정도만 발라도 효과는 충분합니다.
- 첫 1주는 격일 도포 — 매일 바르는 대신 하루 건너 도포하면서 피부가 적응할 시간을 주면 화끈거림이 훨씬 덜합니다.
- 목욕 직후 바로 도포는 피하기 — 목욕 후 각질층이 불어 있을 때 도포하면 자극이 더 강해집니다. 보습제를 충분히 흡수시킨 다음 도포하세요.
하지만 이것은 진짜 염증이 심해지는 것과는 다른 ‘적응의 과정’입니다.
우리 피부 신경도 시간이 지나면 약 성분에 익숙해집니다. 보통 일주일 정도 꾸준히 바르다 보면 따가움이 사라지고 피부가 진정되는 것을 경험하시게 됩니다.
프로토픽을 더 자주 권해드리는 이유
엘리델보다 사용감이 불편한데도 제가 프로토픽 연고 0.1%를 선호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더 ‘예측 가능한 안전함’ 때문입니다.
엘리델은 사용감은 좋지만, 포함된 여러 첨가물 때문에 오히려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하는 변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건 크림 제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크림은 물과 기름을 섞어 만드는 제형이기 때문에 유화제가 필수이고,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존제와 pH 조절제도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다양한 첨가물이 포함되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프로토픽보다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빈도가 좀 더 높습니다.

저는 치료 과정에서 불필요한 변수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사용감은 떨어지더라도 성분이 단순해 알레르기 걱정이 적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환자분에게 결국 더 이롭기 때문입니다.
프로토픽도 만능이 아닙니다
물론 프로토픽은 완벽한 약이 아닙니다. 프로토픽도 분명히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때가 있고, 피부염으로 피부 장벽이 많이 약해진 경우 이런 현상은 더더욱 빈번합니다. 모든 성분이 과량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 피부염 진료를 많이 보는 임상의로써, 저는 피부 장벽을 개선하는 치료를 한 뒤에 프로토픽을 사용하시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또한 본원에서는 처방 전 첩포 검사를 통해 프로토픽과 엘리델에 대한 접촉 민감성을 미리 확인합니다. 피부 장벽이 약한 상태에서는 연고 자체가 접촉성 피부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프로토픽을 일주일 넘게 화끈거림이 가시지 않거나, 진물이 나고 가려움이 참기 힘들 정도라면 적응 과정이 아닐 수 있으니 반드시 다시 진료를 보셔야 합니다.
피부염 치료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지금 당장은 약 때문에 더 힘들고 지치시겠지만, 그 고비를 잘 넘기면 반드시 터널 끝의 밝은 햇살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피부가 다시 건강해지는 그날까지 저도 진심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 연고인 엘리델과 프로토픽보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참고문헌
- Seo SR, Lee SG, Lee HJ, Yoon MS, Kim DH. Disrupted Skin Barrier is Associated with Burning Sensation after Topical Tacrolimus Application in Atopic Dermatitis. Acta Derm Venereol. 2017;97(8):957-958. PMID 28512670
- Ständer S, Ständer H, Seeliger S, Luger TA, Steinhoff M. Topical pimecrolimus and tacrolimus transiently induce neuropeptide release and mast cell degranulation in murine skin. Br J Dermatol. 2007;156(5):1020-6. PMID 17388925
- Zhang AJ, Warshaw EM. Allergic contact dermatitis caused by mupirocin and pimecrolimus. Contact Dermatitis. 2019;80(2):132-133. PMID 30311664
- Neczyporenko F, Blondeel A. Allergic contact dermatitis to Elidel cream itself? Contact Dermatitis. 2010;63(3):171-2. PMID 20690943
- Kempers S, Boguniewicz M, Carter E, et al. A randomized investigator-blinded study comparing pimecrolimus cream 1% with tacrolimus ointment 0.03% in the treatment of pediatric patients with moderate atopic dermatitis. J Am Acad Dermatol. 2004;51(4):515-25. PMID 15389185
- Paller A, Eichenfield LF, Leung DY, Stewart D, Appell M. A 12-week study of tacrolimus ointment for the treatment of atopic dermatitis in pediatric patients. J Am Acad Dermatol. 2001;44(1 Suppl):S47-57. PMID 11145795
- Cury Martins J, Martins C, Aoki V, et al. Topical tacrolimus for atopic dermatiti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5;(7):CD009864. PMID 26132597
자주 묻는 질문
Q. 프로토픽 연고는 스테로이드인가요?
A. 아닙니다. 프로토픽의 주성분인 타크로리무스는 칼시뉴린 억제제로, 스테로이드와는 완전히 다른 계열의 약물입니다.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 시 나타나는 피부 위축, 혈관 확장, 색소 침착 같은 부작용이 없어 얼굴이나 눈 주위처럼 민감한 부위에도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프로토픽을 바르면 왜 화끈거리고 따갑나요?
A. 타크로리무스 성분이 피부 감각신경의 TRPV1 수용체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신경 말단에서 염증 물질이 일시적으로 분비되면서 화끈거림과 발적이 나타납니다. 진짜 염증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가 약 성분에 적응하는 정상적인 반응이며, 대부분 1~2주 안에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Q. 화끈거림을 줄이는 방법이 있나요?
A.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①냉장 보관 후 차갑게 사용하기, ②보습제를 먼저 바른 뒤 바로 이어서 도포하기, ③첫 1주는 격일 도포로 서서히 적응시키기, ④소량씩 얇게 펴 바르기를 권해드립니다. 피부 장벽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일수록 화끈거림이 더 강하게 나타나므로, 먼저 기본 치료로 피부를 안정시킨 뒤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아이에게도 프로토픽을 쓸 수 있나요?
A. 만 2세 이상이라면 0.03% 농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로토픽 연고 0.1% 고농도 제품은 만 16세 이상 성인에게만 허가된 제품이므로, 소아에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만 2세 미만 영아는 현재 허가된 농도가 없어 사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Q. 엘리델과 프로토픽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나요?
A. 둘 다 칼시뉴린 억제제지만 제형과 적응증이 다릅니다. 엘리델(피메크로리무스 1% 크림)은 경증~중등증에만 적응증이 있고 사용감이 부드러우나 부형제가 많습니다. 프로토픽(타크로리무스 연고)은 중등증~중증에도 적응증이 있고 성분이 단순합니다. 저는 접촉성 피부염 위험이 낮고 성분이 간단한 프로토픽 연고 0.1%를 더 자주 선택하지만, 최종 결정은 피부 상태와 부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Q. 프로토픽을 장기간 써도 안전한가요?
A. 현재까지 나온 임상 데이터상 장기 사용에서 피부 위축이나 전신 면역 억제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스테로이드와 달리 피부를 얇게 만들지 않아 얼굴·눈 주위에도 지속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면역 억제 기전 약물이므로 피부 감염이 의심될 때는 중단이 필요하며, 정기적인 의사 상담 하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아토피, 주사피부염, 지루성피부염
진료를 봅니다.
커뮤니티에 올려주신 소중한 후기들 덕분에 먼 곳에서도 찾아주시는 만큼,
정성 어린 진료로 보답하겠습니다
한덕규
미라젠의원 대표원장
University of Michigan, Ross School of Business 졸업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전) 이화피닉스요양병원 대표원장
(현) 미라젠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