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염으로 내원하신 분들께 사용해보신 연고들을 여쭤보면 비판텐 연고를 말씀하시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일반 의약품이다 보니 쉽게 접할 수 있고, 스테로이드가 안 들어가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보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비판텐 연고의 주성분인 덱스판테놀은 많이 연구된 안전한 성분이 맞습니다. 다만 첨가제인 라놀린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알고 계시는 것이 좋습니다.
덱스판테놀이 피부에 도움이 되는 원리와, 라놀린이 일부 환자분들께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 구분 | 성분 | 역할 |
|---|---|---|
| 주성분 | 덱스판테놀 5% | 피부 장벽 회복 · 수분 유지 · 상처 치유 촉진 |
| 첨가제 | 정제라놀린, 백납, 세탄올, 스테아릴알코올, 유동파라핀, 정제아몬드유, 파라핀소프트납, 프로테진엑스, 정제수 | 연고의 질감 · 도포성 · 보존을 위한 기제 |
목차
덱스판테놀, 왜 피부에 좋은가?
덱스판테놀은 프로비타민 B5, 즉 판토텐산의 안정화된 알코올 형태입니다. 피부에 바르면 세포 안에서 판토텐산으로 전환되고, 이 판토텐산은 코엔자임 A(CoA)의 핵심 구성 성분이 됩니다.1
CoA는 피부 장벽의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피부 장벽은 흔히 ‘벽돌과 시멘트’ 구조에 비유되는데, 각질세포가 벽돌이라면 그 사이를 메우는 시멘트가 바로 지질 이중층(세라마이드, 지방산, 콜레스테롤)입니다. CoA는 이 시멘트의 원재료인 지방산과 스핑고지질의 합성을 촉매하는 효소 반응에 필수적입니다.1 즉 덱스판테놀을 바르면, 피부가 스스로 장벽을 수리하는 원재료 공급이 원활해지는 셈입니다.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이 원리가 확인됩니다. Proksch와 Nissen의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세정제(SLS)로 인위적으로 손상시킨 피부에 덱스판테놀 크림을 도포했더니 기제만 바른 쪽에 비해 피부 장벽 회복이 유의하게 빨랐고, 경피 수분 손실량(TEWL)이 감소했으며, 홍반도 줄었습니다.2 섬유아세포 증식을 활성화해서 상처 치유를 돕는 효과도 시험관 · 동물 실험 모두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1
정리하면, 덱스판테놀은 단순한 보습제가 아닙니다. 피부 장벽의 구성 성분을 직접 늘려주고,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촉진합니다. 한국 피부과 전문가 합의 리뷰에서도 덱스판테놀을 경도~중등도 아토피의 유지 치료 및 스테로이드 절약 전략으로 권장한 바 있습니다.3
비판텐 연고와 스테로이드 연고
비판텐 연고를 찾으시는 가장 큰 이유는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판텐 연고가 스테로이드 연고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소아 아토피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몸 한쪽에는 5% 덱스판테놀 연고를, 다른 쪽에는 1% 하이드로코르티손 연고를 4주간 도포한 비교 시험입니다. 결과적으로 두 쪽의 SCORAD(아토피 중증도 지수) 점수 감소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4
다만 이 연구에서 비교 대상이 된 하이드로코르티손 1%는 스테로이드 연고 등급에서 가장 약한 7등급에 해당합니다. 중등도 이상의 피부염에 사용하는 중강도 · 강력 스테로이드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또한 파일럿 연구(30명)라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비판텐 연고는 아주 경미한 피부 자극이나 건조, 기저귀 발진 같은 상황에서 보조적으로 사용하기에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섹션에서 다룰 이유 때문에라도 심한 활동성 피부염이 있는 경우에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첨가제 라놀린, 무엇이 문제인가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비판텐 연고의 주성분 덱스판테놀 자체는 감작(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능력) 위험이 매우 낮습니다.1 문제는 연고의 기제를 구성하는 첨가제, 그 중에서도 ‘정제 라놀린(라놀린)’에 있습니다.
라놀린이란
라놀린은 양의 털에서 추출하는 천연 유지입니다. 보습력이 뛰어나서 연고, 크림, 립밤, 유두 보호 크림 등 수많은 제품에 쓰입니다. 건강한 피부에서는 자극을 일으키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안전한 천연 성분’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2023 ACDS ‘올해의 알레르겐’ 선정
그런데 2023년, 미국접촉피부염학회(ACDS)가 라놀린을 ‘올해의 알레르겐’으로 선정했습니다.5 주목할 점은 선정 이유입니다. 건강한 피부에서는 거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의 위험이 높다는 것입니다.
북미접촉피부염그룹(NACDG)이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첩포 검사를 시행한 43,691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라놀린에 양성 반응을 보인 비율은 전체의 3.3%(1,431명)였습니다. 소아에서는 4.5%로 성인(3.2%)보다 높았습니다.6
더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첩포 검사에서 라놀린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분들은, 음성인 분들에 비해 습진이나 알레르기 비염 병력을 가진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6 즉, 피부 장벽이 이미 손상되어 있는 분들일수록 라놀린에 감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판텐 연고와 라놀린의 모순
여기서 모순이 생깁니다. 비판텐 연고는 아토피, 습진, 기저귀발진, 유두균열 — 하나같이 피부 장벽이 이미 무너져 있는 상태인 분들을 위한 연고입니다. 바로 그 환자군이 라놀린 감작 위험이 가장 높은 대상이기도 합니다.
물론 3.3%라는 수치는 접촉피부염이 의심되어 첩포 검사까지 진행한 환자군의 데이터입니다. 일반 인구 전체에서의 비율은 이보다 낮겠지요. 그러나 비판텐 연고를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피부에 문제가 있는 상태라는 점을 생각하면, 가볍게 넘길만한 수치가 아닙니다.
덱스판테놀 연고의 종류

비판텐 연고와 유사한 D-판테놀 연고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주성분은 덱스판테놀 5%로 동일하지만, 첨가제 구성은 약간 다릅니다. 하지만 D-판테놀 연고도 라놀린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D-판테놀 연고가 더 저렴한 편입니다.
| 제품명 | 제조사 | 라놀린 함유 | 주요 첨가제 특이점 |
|---|---|---|---|
| 비판텐 연고 | 바이엘(수입) | O (정제라놀린) | 백납, 프로테진엑스 등 유지 기제 |
| D-판테놀연고 | 동아제약 | O (라놀린) | 쉐어버터, 디메티콘 등 복합 기제 |
비판텐 연고가 잘 맞는지 확인하는 법
비판텐 연고가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병변 부위의 일부에만 먼저 발라보는 것입니다.
- 병변의 일부에 소량 도포합니다. 피부염이 있는 부위 중 일부분에만 이틀 동안 하루 2회 바릅니다. 건강한 팔 안쪽 피부에 바르는 것으로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 라놀린 감작은 이미 손상된 피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 48시간 뒤 피부 반응을 확인합니다. 바른 부위에서 기존 증상이 악화되지 않으면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 48시간 전이라도 경고 신호가 나타나면 중단합니다. 바른 부위가 더 빨개지거나, 가렵거나, 진물이 나면 사용을 멈추고 의사와 상의하세요.

참고 문헌
- Ebner F, Heller A, Rippke F, et al. Topical use of dexpanthenol in skin disorders. Am J Clin Dermatol. 2002;3(6):427-433.
- Proksch E, Nissen HP. Dexpanthenol enhances skin barrier repair and reduces inflammation after sodium lauryl sulphate-induced irritation. J Dermatolog Treat. 2002;13(4):173-178.
- Cho YS, Kim HO, Woo SM, et al. Use of Dexpanthenol for Atopic Dermatitis—Benefits and Recommendations Based on Current Evidence. J Clin Med. 2022;11(14):3943.
- Udompataikul M, Limpa-o-vart D. Comparative trial of 5% dexpanthenol in water-in-oil formulation with 1% hydrocortisone ointment in the treatment of childhood atopic dermatitis: a pilot study. J Drugs Dermatol. 2012;11(3):366-374.
- Johnson H, Norman T, Adler BL, et al. Lanolin: The 2023 American Contact Dermatitis Society Allergen of the Year. Cutis. 2023;112(2):78-81.
- Silverberg JI, Patel N, Warshaw EM, et al. Lanolin Allergic Reactions: North American Contact Dermatitis Group Experience, 2001 to 2018. Dermatitis. 2022;33(3):193-199.
자주 묻는 질문
Q. 비판텐 연고를 임산부나 신생아에게 써도 되나요?
A. 덱스판테놀 자체는 임산부와 신생아에게 사용한 안전성 데이터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됩니다. 다만 신생아나 아토피 경향이 있는 영아는 피부 장벽이 미숙하여 첨가제에 대한 감작 가능성이 성인보다 높을 수 있으므로, 처음 사용 시 소량으로 반응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비판텐 연고를 여드름이나 얼굴에 발라도 되나요?
A. 비판텐 연고는 유분이 많은 유지 기제(파라핀, 백납 등)로 이루어져 있어, 여드름 피부나 지성 피부에는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얼굴에 사용하실 경우 넓은 범위보다는 건조하거나 갈라진 부분에만 국소적으로 바르시는 것을 권합니다.
Q. 비판텐 연고를 바르고 피부가 더 빨개졌어요. 라놀린 알레르기인가요?
A. 가능성은 있지만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라놀린 외에도 다른 첨가제나 기제 성분에 의한 반응일 수 있습니다.

아토피, 주사피부염, 지루성피부염
진료를 봅니다.
커뮤니티에 올려주신 소중한 후기들 덕분에 먼 곳에서도 찾아주시는 만큼,
정성 어린 진료로 보답하겠습니다
한덕규
미라젠의원 대표원장
University of Michigan, Ross School of Business 졸업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전) 이화피닉스요양병원 대표원장
(현) 미라젠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