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병원 카카오톡으로 환자분께서 “햇빛 알레르기에 프로토픽을 발라도 되나요?”라고 여쭤보셨습니다. 저희가 다루는 질환이 아니라서 찾아보니, 햇빛 알레르기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어 정리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햇빛 알레르기는 한 가지 질환이 아닙니다. 원리가 완전히 다른 두 질환이 같은 이름 아래 묶여 있고, 한쪽에는 알레르기약(항히스타민제)이 거의 듣지 않습니다. 왜 안 듣는지, 그러면 프로토픽 같은 연고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근거를 바탕으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1,2
목차
1. 햇빛 알레르기의 종류
“햇빛 알레르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대표 질환은 두 가지입니다. 다형광발진(PMLE)과 일광 두드러기입니다. 이름만 비슷할 뿐 생기는 원리, 특징,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둘 중 PMLE는 “며칠 가는 오돌토돌한 발진”, 일광 두드러기는 “몇 분 만에 부풀었다가 그늘로 들어가면 빠지는 발진”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1,2
항목
다형광발진(PMLE)
일광 두드러기
면역 유형
Type IV 지연형 (T세포 매개)
Type I 즉시형 (IgE · 비만세포 매개)
발생 시간
노출 후 수 시간~하루 뒤
노출 후 수 분 이내
지속 기간
7~14일
수 분~수 시간, 대개 24시간 이내
발진 모양
구진 · 판
팽진
감각
가려움 위주
가려움 + 찌르는 작열감
항히스타민제 반응
거의 듣지 않음
1차 치료로 사용
용어 정리
발진: 피부에 뭔가 올라오거나 빨갛게 변하는 것을 통칭하는 말.
구진 · 판: 도톨도톨 올라온 단단한 발진. 여드름처럼 만지면 딱딱하고, 며칠~수 주 동안 머뭅니다.
팽진: 모기 물린 자국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몇 분~몇 시간 안에 빠지는 발진. 가운데는 창백하게 부어 있고 주변이 벌겋습니다.
홍반: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 구진 · 판 · 팽진 어디에나 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햇빛 알레르기의 대부분은 PMLE
두 질환은 빈도도 다릅니다. 서구 자료 기준으로 PMLE는 성인 인구의 약 10~20%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반면, 일광 두드러기는 전체 두드러기의 0.4% 수준으로 매우 드물다고 나와있습니다. 단순 비교하면 PMLE가 100~250배 흔합니다.1,2
따라서 “햇빛 알레르기”가 생겼다고 하시는 분들 중 대부분은 PMLE입니다. 그리고 PMLE에는 알레르기약(항히스타민제)이 잘 듣지 않습니다.
3. PMLE에 항히스타민제가 안 듣는 이유
항히스타민제는 비만세포가 분비한 히스타민이 혈관 · 신경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합니다. 하지만 PMLE에서 염증의 주역은 히스타민이 아니라 T세포와 IL-36 계열 염증 신호 물질(사이토카인)입니다.1
자외선을 받은 PMLE 환자분의 피부에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자외선에 피부 단백질이 손상됩니다.
손상된 단백질이 외부 물질(항원)로 인식되어, 피부 속 면역 세포(랑게르한스 세포)가 이 항원을 T세포에 제시합니다.
전형적인 Type I 즉시형 알레르기 반응이라 항히스타민제가 1차 치료입니다. 필요 시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몬테루카스트 등)를 더하고, 그래도 조절이 안 되는 일부 환자분께는 대학병원에서 오말리주맙까지 가는 단계적 접근이 쓰인다고 합니다.3,4
4. 프로토픽이 효과가 있을까?
저희 환자분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원리상 프로토픽은 햇빛 알레르기에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칼시뉴린을 억제해 T세포 활성화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얼굴처럼 피부가 얇은 부위에 햇빛 알레르기가 생긴 경우, 스테로이드 사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대안으로 프로토픽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PMLE에 대한 국소 타크로리무스(프로토픽)의 근거 수준은 체계적 문헌 고찰이나 임상시험이 아닌 증례 보고 · 소규모 시리즈 수준입니다.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1
5. 그 밖의 치료들
두 질환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는 발진의 완화와 발진의 예방으로 나뉩니다.
목적
PMLE
일광 두드러기
완화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심하면 경구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심하면 경구 스테로이드)
예방
광보호. 심한 경우 광치료 · 전신 예방약
광보호. 심한 경우 광치료 · 오말리주맙 주사
광치료. 봄에 저용량 자외선을 점진적으로 쬐어 면역을 적응시키는 방법입니다. PMLE 환자분들이 봄 · 여름을 수월하게 넘기는 걸 도와주는 용도로 쓰입니다.1
전신 예방약(하이드록시클로로퀸). 루푸스에 흔히 쓰이는 경구약이지만, 중증 PMLE에서 봄이 오기 전 몇 주간 복용해 예방하는 옵션입니다.1
오말리주맙 주사. 항히스타민제에 반응하지 않는 일광 두드러기에서 선택되는 주사 치료입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들을 모아 분석한 결과 약 70~80%에서 개선이 확인됐으나, 임상시험이 아닌 증례 기반 근거라 확정적으로 효과를 말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4
6. 광보호
위 표에 예방법으로 나열된 옵션 중, 여러 문헌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광보호이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설명드려보겠습니다.
SPF가 아니라 PA
PMLE의 원인 파장은 대부분 UVA 영역입니다. SPF는 UVB를 막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라, 제품 포장에서 PA+++/++++, broad spectrum(광역차단), UVA 동그라미 로고를 확인해야 합니다.1
일광 두드러기라면 가시광선까지 막아야 합니다
일광 두드러기 환자의 상당수는 자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400~500nm)에도 반응합니다. 일반 투명 선크림으로는 가시광선이 거의 차단되지 않으므로 틴티드 자외선차단제가 필요합니다. 흔히 “컬러 선크림”, “톤업 선크림”으로 마케팅되는 제품 중 산화철이 포함된 제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2
유리 · 옷은 충분한 차단이 아닙니다
UVA와 가시광선은 자동차 유리 · 실내 창을 상당히 통과합니다. 얇은 린넨 · 면 옷도 자외선을 꽤 통과시킵니다. 민감한 분들은 운전 중에도 발진이 올라올 수 있고, 반팔 자국대로 깔끔하게 팔 아래쪽에 두드러기가 생기는 일도 흔하다고 합니다.
7. 정리
햇빛 알레르기는 원리가 다른 두 질환이 한 이름에 묶여 있습니다. 대부분은 PMLE이고 드물게 일광 두드러기가 있습니다. 두 질환 모두 광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고, 약은 질환에 따라 다릅니다.
알레르기약이 왜 안 듣는가
PMLE의 염증 주역이 히스타민이 아니라 T세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알레르기약(항히스타민제)이 PMLE의 증상을 완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일광 두드러기에는 1차 치료로 쓰입니다. 알레르기약을 드셔도 햇빛 알레르기가 나아지지 않았다면 일광 두드러기가 아니라 PMLE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로토픽을 써도 되는가
이 글을 작성한 계기가 된 환자분의 질문이었습니다. 원리상(T세포 억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근거가 증례 수준입니다. PA가 높은 선크림으로 광보호부터 충분히 해보고, 그래도 햇빛 알레르기가 반복된다면 그때 프로토픽을 고려하시는 쪽이 합리적입니다.
A. 항히스타민제가 듣지 않는 햇빛 알레르기는 대개 PMLE입니다. PMLE에는 경구약보다 광보호(자외선차단제 · 의복), 급성기 국소 스테로이드, 얼굴에는 국소 타크로리무스 · 피메크로리무스가 기본 선택지입니다. 전신 약은 예방 목적의 니코틴아마이드 ·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정도가 있지만, 전신 약 결정은 진료 후에 하는 것이 맞습니다.
Q. 얼굴에 햇빛 알레르기가 생겼는데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쓰기 부담됩니다. 대안이 있나요?
A. 국소 타크로리무스(프로토픽) · 국소 피메크로리무스(엘리델) 같은 칼시뉴린 억제제가 얼굴에 쓰이는 비스테로이드 항염 연고입니다. 원리가 PMLE와 맞닿아 있고 피부 장벽을 약화시키지 않아, 얼굴에 자주 재발하는 경우 의사들이 고려하는 선택지입니다. 다만 초기에 화끈거림 · 따가움이 며칠 갈 수 있어 처음 쓰실 때 안내가 필요합니다.
Q.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랐는데도 발진이 올라옵니다. 왜 그런가요?
A.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SPF 수치만 높고 UVA 차단이 약한 제품을 쓰고 계신 경우입니다. PA+++/++++, broad spectrum 표시를 확인해주세요. 둘째, 가시광선에도 반응하는 체질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산화철이 들어간 틴티드(컬러) 선크림이 필요하고, 일광 두드러기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아토피, 주사피부염, 지루성피부염 진료를 봅니다.
커뮤니티에 올려주신 소중한 후기들 덕분에 먼 곳에서도 찾아주시는 만큼, 정성 어린 진료로 보답하겠습니다
한덕규
미라젠의원 대표원장
University of Michigan, Ross School of Business 졸업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전) 이화피닉스요양병원 대표원장 (현) 미라젠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