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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논 크림 | 항히스타민 연고를 쓰면 더 가려워지는 이유


아토피로 내원하시는 분들 중, 이치논 크림 같은 항히스타민 연고를 사용한 뒤 증상이 나빠진 경험이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항히스타민제의 먹는 형태는 아토피에 흔하게 쓰는 약이지만(아쉽게도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같은 성분을 피부에 발랐을 때는 몸이 약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항히스타민제가 가려움을 완화하는 원리, 먹었을 때와 발랐을 때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대안은 뭐가 있는지 설명드려보겠습니다.

이치논 크림 이전 파란색 쉐브론 튜브와 리뉴얼된 민트색 그라데이션 튜브 두 실제 제품 사진이 완전한 순백 배경 위에 좌우로 나란히 놓인 모습. 디펜히드라민 함유 일반의약품 항히스타민 연고의 구버전과 신버전 패키지 비교 이미지

같은 성분, 다른 작용


가렵다는 감각은 여러 경로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바로 히스타민에 의한 경로입니다. 두드러기 같은 즉시형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때 비만세포라는 피부의 면역 세포는 히스타민을 분비하고, 이 히스타민이 신경 위 H1 수용체에 붙으면서 “가렵다”는 감각이 만들어집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이 H1 수용체를 막아 히스타민이 만든 가려움 신호만 차단하는 약입니다. 이치논 크림 같은 항히스타민 연고도 원리는 같은데, 작용하는 방식은 먹을 때와 많이 달라집니다.

비만세포는 피부 표면이 아니라 깊은 층의 혈관 주변에 있습니다. 먹는 약은 위장관에서 흡수되어 혈류를 타고 피부 깊은 층에 곧바로 도달하지만, 바르는 약은 바깥에서 각질층이라는 벽돌담을 넘어 한참을 들어와야 비만세포에 닿습니다. 같은 목적지라도 안에서 가면 가깝고 밖에서 가면 먼 셈입니다. 그래서 연고에 든 항히스타민제 대부분은 표면에 걸려 남고, 진피까지 도달하는 양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경구 항히스타민제는 소화관을 거쳐 진피의 비만세포 H1 수용체까지 도달해 작용하고, 바르는 항히스타민제는 각질층 장벽에 막혀 표피에 대부분 머무르는 경로 차이를 좌우 분할로 비교한 일러스트

더군다나 항히스타민제는 먹을 때와 다르게, 피부에 발랐을 때는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을 일으키는 대표 성분 중 하나입니다. 먹을 때는 위장관과 간을 거쳐 작은 대사산물로 분해되어 우리 몸이 위험 물질로 인식하지 않지만, 피부에 발랐을 때는 우리 몸이 위험 물질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가운데 같은 성분의 항히스타민제 정제 아이콘에서 좌우로 화살표가 갈라지는 일러스트. 왼쪽은 먹으면 화살표를 따라 비만세포 H1 수용체 차단 아이콘과 초록 체크가 나오며 알레르기 가려움 진정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바르면 화살표를 따라 피부 면역세포 감작 아이콘과 빨간 X가 나오며 접촉피부염 유발로 이어지는 역설 구조를 한 장으로 보여줌

좀 더 자세하게는 표피의 면역 세포(랑게르한스 세포)가 항히스타민제 분자를 림프절로 가져가 T세포를 감작시키고, 한 번 감작된 뒤에는 같은 성분에 다시 노출되면 48~72시간에 걸쳐 그 부위에 접촉피부염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한국에 시판되는 항히스타민 연고들의 주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은 감작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어 왔습니다. 부인이 남편 등에 디펜히드라민 연고를 발라주다가 본인 손에 광범위한 접촉피부염이 생긴 사례가 유럽 학술지에 보고되어 있고,1 1970년대부터 사용 부위에 따라 재발 양상이 달라진다는 사례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비판텐 연고의 라놀린도 비슷한 경우로, “순한 약” 이미지 뒤에 감작 위험이 숨어 있는 건 외용제에서 의외로 자주 나타납니다.

모든 가려움이 히스타민 때문은 아닙니다


이치논 크림 같은 항히스타민 연고가 가려움에 잘 듣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가려움 = 히스타민” 공식이 일부에만 맞기 때문입니다. 두드러기 같은 즉시형 알레르기 반응에서는 히스타민이 주인공이지만, 만성 가려움은 주로 다른 경로로 발생합니다.

2024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종합 리뷰에 따르면 만성 가려움 환자의 약 60%는 염증 질환(습진 · 건선 · 지루성 피부염 등), 25%는 신경병성 · 혼합 원인 때문이라고 되어있는데, 이런 가려움에서는 H1 수용체 차단만으로 가려움이 잘 조절되지 않습니다.2 아토피가 대표적인 예인데, IL-31 같은 염증 신호 물질(사이토카인)이 감각 신경을 직접 자극해 가려움을 만들기 때문에 H1을 막아도 이 경로는 그대로 작동합니다.3

가려움 전달 경로를 비교한 일러스트. 왼쪽은 비만세포 히스타민 방출이 C섬유 신경을 자극하는 히스타민성 경로로 항히스타민으로 조절되고, 오른쪽은 IL-31 같은 염증 신호 물질이 감각 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비히스타민성 경로로 항히스타민으로 잘 막히지 않는 구조를 설명

그래서 미국 · 유럽 습진 가이드라인은 아토피 가려움에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1차 치료로 권하지 않고, 수면을 방해할 만큼 가려울 때 밤에 잠들기 위해 짧게 쓰는 정도로만 권고합니다.4 독일에서는 “가려움 치료에 항히스타민을 쓰는 시대는 끝나는가”라는 논문까지 나왔습니다.5

경구 약이 이 정도이니, 흡수가 덜 되는 항히스타민 연고의 효과는 당연히 이것보다도 떨어집니다. 1950년부터 2009년까지 발표된 항히스타민 연고 관련 임상시험 19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연구에서도, 뚜렷한 효과가 확인된 건 미국에서 개발된 독세핀 크림 정도가 유일했고 그마저도 접촉피부염 문제 때문에 권고가 제한적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6

그런데도 불구하고 항히스타민 연고를 바르고 가려움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 분들은 분명히 계신데, 그건 대부분 항히스타민이 아니라 함께 든 보조 성분 때문입니다. 많은 항히스타민 연고에 멘톨 · 캄파 · 크로타미톤이 들어가는데, 이들은 피부의 TRPM8 수용체를 자극해 차가운 감각을 만들거나 가벼운 마취 효과를 냅니다.

항히스타민 연고보다 나은 선택지


이치논 크림같은 항히스타민 연고 대신, 가려움에 더 잘 듣고 안전한 선택지를 상황별로 정리해드립니다.

가벼운 국소 가려움 · 벌레 물림

약한 강도의 스테로이드 연고(7등급 히드로코르티손 1%)가 일반적으로 더 안전하고 효과도 확실합니다. 감작 보고가 드물고, 2~3일 짧게 쓰면 피부 장벽이 손상될 가능성도 낮습니다. 스테로이드 외용제의 종류와 등급에 대해선 스테로이드 연고 등급 글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벌레 물린 곳은 얼음찜질을 함께 하시면 히스타민성 · 비히스타민성 가려움 모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7

얼굴, 접힘부, 아이 피부

이런 부위에는 스테로이드 대신 칼시뉴린 억제제 계열인 프로토픽이나 엘리델이 적합합니다. 피부 위축 없이 장기간 쓸 수 있고, 항히스타민 연고와 달리 접촉피부염 보고가 비교적 드뭅니다. 다만 의사 처방이 필요한 약입니다.

전반적인 건조성 가려움

이 경우 히스타민이 원인이 아니라 피부 장벽의 수분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라마이드 같은 장벽 회복 성분이 들어간 보습제를 꾸준히 바르시는 편이 항히스타민 연고보다 훨씬 낫습니다. 장벽이 새고 있는 상태는 항히스타민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 연고


위에 설명드린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치논 크림 같은 항히스타민 연고를 사용해보고 싶으실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시판 중인 제품들에 대한 정보도 공유드립니다. 한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 연고는 거의 대부분 디펜히드라민 10mg/g이 들어간 일반의약품입니다.

제품명주성분허가 적응증
이치논크림디펜히드라민 10mg/g건조성 피부의 가려움
모스쿨키드크림디펜히드라민 10mg/g가려움, 벌레 물림, 땀띠, 두드러기, 습진, 짓무름
한신보드리연고디펜히드라민 10mg/g건조성 피부의 가려움
트인엔연고디펜히드라민 5mg/g살갗 튼 곳, 동상, 손발 살갗 틈
누보클렌액디펜히드라민 3mg/mL긁힌 상처, 창상, 손 살균 · 소독

검색량은 이치논 크림이 가장 많지만 성분, 효능, 한계는 다른 디펜히드라민 연고들과 비슷합니다. 허가 적응증이 “두드러기”까지 넓게 잡힌 제품도 있는데, 적혀 있다고 해서 효능이 검증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한 시중에는 디펜히드라민에 멘톨 · 캄파 · 크로타미톤 · 디부카인 · 리도카인을 섞은 복합제가 많은데, 성분이 늘수록 접촉피부염을 일으킬 후보 성분도 늘고 피부염이 생겼을 때 원인을 찾기도 어려워집니다. 가능하면 단순한 제품이 낫습니다.


참고 문헌


Q. 이치논 크림 같은 항히스타민 연고를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 위험한가요?

A.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이라 단기 · 좁은 부위 사용은 대부분 문제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만성 가려움에 매일 수 주씩 바르거나 넓은 면적에 반복 도포하실 때입니다. 이런 패턴에서 접촉피부염 위험이 올라갑니다.

Q. 벌레 물린 곳에 항히스타민 연고를 발라도 되나요?

A. 두세 군데, 이삼일 정도라면 써 보셔도 됩니다. 자주 반복되는 분이라면 저농도 스테로이드 연고와 경구 2세대 항히스타민제 조합이 더 빠르고 덜 자극적입니다. 얼음찜질을 함께 하시면 히스타민 · 비히스타민 가려움 모두에 도움이 됩니다.

Q. 디펜히드라민 연고와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같이 쓰면 효과가 두 배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경구 항히스타민제가 이미 전신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같은 계열을 피부에 중복으로 바르시는 건 효과 이득이 크지 않고, 피부 감작 위험만 더해집니다. 연고는 저농도 스테로이드로 바꾸시거나 생략하시는 편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