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주사피부염∙지루성피부염 환자분들은 진료실에서 늘 보습제를 잘 바르라는 조언을 듣지만, 정작 실천했을 때 증상이 악화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자주 경험하십니다.
장벽을 보호하기 위해 바른 보습제가 오히려 가려움과 붉은 기를 심화시킨다면, 1 이는 현재 피부 상태가 보습제를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노보습’ 치료가 왜 의학적으로 타당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지, 피부염 진료를 보는 의사의 입장에서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목차
현대 의학의 표준, 보습제
현대 의학에서 보습제 사용은 아토피 및 만성 피부염 치료의 ‘골드 스탠다드’로 통용됩니다.
대한피부과학회를 비롯하여 미국 피부과학회(AAD), 유럽 피부성병학회(EADV)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보습제를 치료의 필수적인 기본 요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전문가가 보습제를 권고하는 이유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물리적으로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권고의 근간에는 피터 엘리아스 박사가 정립한 ‘벽돌과 시멘트’ 모델이 있습니다. 2 피부 장벽을 벽돌벽, 각질 세포를 벽돌, 그 사이를 채우는 지질을 시멘트로 비유할 때, 만성 피부염 환자는 유전적 요인이나 염증 반응으로 인해 이 시멘트 성분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보습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시멘트를 채워주면 무너진 담벼락이 보강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보습제의 한계 | 노보습이 필요한 의학적 배경
하지만 위 논리가 모든 상황에서 정답이 되지는 않습니다.
진료실에서는 보습제를 더 열심히 바르기 시작한 뒤 피부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환자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장벽 기능이 저하되면 보습제에 포함된 보존제, 유화제, 향료 등의 화학 성분이 진피층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입니다. 3
피부염 환자분들께 필요한 건 소량 스며들어도 염증을 유발하지 않는 보습제지만, 같은 성분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피부염 환자분들께 잘 맞는 보습제는 없습니다.
피부 장벽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이고, 아직 잘 맞는 보습제를 찾지 못했다면 일시적으로 보습제 사용을 중단하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노보습이 필요한 증상과 시기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노보습이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노보습은 주로 진물이 나거나 열감이 심할 때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보습제가 피부에 스며들어 염증을 악화시키는 것 외에도, 진물을 가두어 2차 감염을 유발하거나 열 배출을 막아 혈류량을 늘려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노보습 가이드
노보습을 시작하면 초기 2~3일 동안은 극심한 건조함과 당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외부 보습제에 의존해왔던 피부가 스스로 지질을 만들어내기까지 걸리는 적응 기간입니다. 4 특히 지연성 면역 반응의 특성상 마지막으로 도포한 보습제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약 72시간이 소요됩니다.
노보습을 할 때는 세안제의 사용 횟수를 줄이고 물의 온도도 미지근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포 사이의 지질을 최대한 지키기 위함입니다.
또한, 각질이 일어나는 것을 억지로 떼어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탈락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부는 비로소 외부 원조 없이 스스로 건강한 장벽을 구축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노보습은 응급 조치입니다
피부 장벽이 심하게 무너져 있고, 잘 맞는 보습제를 아직 못 찾으셨다면 노보습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보습은 급할 때의 응급 조치이지 지속 가능한 치료법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는 소량 스며들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내 피부에 맞는 보습제를 찾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보습제를 찾는 방법은 MD 크림 안내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참고 문헌
- Tang L, Gao J, Cao X, et al. TRPV1 mediates itch-associated scratching and skin barrier dysfunction in DNFB-induced atopic dermatitis mice. Exp Dermatol. 2022;31(3):398-405.
- Elias PM, Menon GK, Grayson S, et al. Avian sebokeratocytes and marine mammal lipokeratinocytes: structural, lipid biochemical, and functional considerations. Am J Anat. 1987;180(2):161-177.
- Ryczaj K, Dumycz K, Spiewak R, et al. Contact allergens in moisturizers in preventative emollient therapy – A systematic review. Clin Transl Allergy. 2022;12(6):e12150.
- Feingold KR. The regulation of epidermal lipid synthesis by permeability barrier requirements. Crit Rev Ther Drug Carrier Syst. 1991;8(3):193-210.
자주 묻는 질문
노보습을 하면 피부가 너무 당기고 갈라지는데 괜찮은가요?
초기의 당김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피부가 스스로 지질을 합성하기 시작하면 점차 완화됩니다. 다만, 갈라진 틈으로 통증이 심하거나 피가 난다면 의사의 진단을 통해 부분적인 처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노보습은 평생 해야 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노보습은 무너진 자생력을 회복하기 위한 ‘집중 치료 단계’입니다. 피부 염증이 가라앉고 스스로 수분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회복되면, 그때부터는 본인의 피부 상태에 맞는 가벼운 보습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세안 후 아무것도 안 바르면 오히려 피부가 더 상하지 않을까요?
만성 피부염 상태에서는 ‘바르는 자극’이 ‘건조함’보다 피부에 더 큰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바를 때마다 따갑고 붉어진다면,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것이 피부에게 가장 큰 휴식이 될 수 있습니다.

아토피, 주사피부염, 지루성피부염
진료를 봅니다.
커뮤니티에 올려주신 소중한 후기들 덕분에 먼 곳에서도 찾아주시는 만큼,
정성 어린 진료로 보답하겠습니다
한덕규
미라젠의원 대표원장
University of Michigan, Ross School of Business 졸업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전) 이화피닉스요양병원 대표원장
(현) 미라젠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