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상에 나오는 모낭충은 모두 제 이마에서 직접 채취해 현미경으로 찍은 녀석들입니다.

모낭충은 얼굴에 날치알처럼 생긴 증상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입니다.1 그런데 제 이마는 왜 이렇게 멀쩡한 걸까요?

모두에게 있는데 누구는 멀쩡하고 누구는 날치알이 올라옵니다.2 모낭충이 언제 조용히 지내고 언제 문제를 일으키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낭충은 죽어서 염증을 남깁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 모낭충은 죽어서 염증을 남깁니다. 예전에는 항문이 없어서 살아 있을 때는 문제가 없다가, 죽었을 때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모낭충에게도 항문이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3

그래도 살아 있을 때는 문제를 잘 일으키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모낭충은 오히려 면역 반응을 누그러뜨립니다.4 모낭충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던 기생충에서 지금은 사람과 함께 사는 공생 생물로 바뀌어 가는 중입니다.3

모낭충은 죽은 뒤에 문제가 생깁니다. 시체가 모공 안에서 분해되면서 껍데기와 몸속에 있던 세균이 함께 나오고, 이것이 피부의 경보 장치를 울려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5

그래서 모낭충을 죽이는 약인 수란트라를 쓰면 처음에 날치알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으면서 시체가 한꺼번에 생기기 때문입니다.6 수란트라를 쓰는 법과 초기 악화는 수란트라 글에서 다룹니다.

모낭충이 많다고 무조건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피부 표면 1cm²를 순간접착제로 떼어 내 모낭충을 세는 표준 피부표면생검에서 5마리가 넘으면 많다고 봅니다. 건강한 사람은 98%가 5마리 미만입니다.7

그런데 위 영상의 모낭충들은 모두 제 이마에서 이 방법으로 떼어 낸 것입니다. 저는 모낭충 상위 2%를 훌쩍 넘는, 아파트로 따지면 7천 세대 대단지입니다. 그런데도 제 이마는 이렇게 멀쩡합니다.

영상의 모낭충이 살던 원장의 이마를 찍은 사진으로, 붉은기나 오돌토돌한 병변 없이 깨끗한 모습

모낭충이 많아도 멀쩡한 이유는 피부 장벽입니다

피부 장벽은 일종의 필터입니다. 필터가 촘촘할수록 나를 자극하는 것들이 많이 걸러집니다. 그래서 사실 필터만 멀쩡하면 모낭충이 좀 많아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 필터가 약하면 모낭충이 조금만 많아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주사피부염이 있는 분들의 피부는 실제로 이 필터가 크게 약해져 있습니다.8

지루성피부염의 말라세지아도 비슷합니다

이 부분에서 모낭충이 많아서 생기는 주사피부염과 말라세지아가 많아서 생기는 지루성피부염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말라세지아도 누구 피부에나 사는 곰팡이인데, 말라세지아 숫자와 증상의 정도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같은 말라세지아에도 피부가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증상이 갈립니다.9

모낭충과 함께 오는 붉은기와 날치알은 주사피부염 글에서, 말라세지아 이야기는 지루성피부염에서 이어집니다. 내 얼굴에 모낭충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낭충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Chang YS, Huang YC. Role of Demodex mite infestation in rosace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Am Acad Dermatol. 2017;77(3):441-447.e6.
  2. Thoemmes MS, Fergus DJ, Urban J, et al. Ubiquity and diversity of human-associated Demodex mites. PLoS One. 2014;9(8):e106265.
  3. Smith G, Manzano-Marín A, Reyes-Prieto M, et al. Human follicular mites: Ectoparasites becoming symbionts. Mol Biol Evol. 2022;39(6):msac125.
  4. Lacey N, Russell-Hallinan A, Zouboulis CC, Powell FC. Demodex mites modulate sebocyte immune reaction: possible role in the pathogenesis of rosacea. Br J Dermatol. 2018;179(2):420-430.
  5. Paichitrojjana A. Demodex: The worst enemies are the ones that used to be friends. Dermatol Reports. 2022;14(3):9339.
  6. Rychlik K, Sternicka J, Nowicki RJ, et al. Significance of Demodex folliculorum and Demodex brevis in Pathogenesis of Dermatological Diseases: Current State of Knowledge. Medicina (Kaunas). 2025;61(4):660.
  7. Forton F, Seys B. Density of Demodex folliculorum in rosacea: a case-control study using standardized skin-surface biopsy. Br J Dermatol. 1993;128(6):650-659.
  8. Medgyesi B, Dajnoki Z, Béke G, et al. Rosacea Is Characterized by a Profoundly Diminished Skin Barrier. J Invest Dermatol. 2020;140(10):1938-1950.e5.
  9. DeAngelis YM, Gemmer CM, Kaczvinsky JR, et al. Three etiologic facets of dandruff and seborrheic dermatitis: Malassezia fungi, sebaceous lipids, and individual sensitivity. J Investig Dermatol Symp Proc. 2005;10(3):295-297.